'감상'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8.16 썸머워즈 - 쉽지만 어려운 애니메이션 9
2009. 8. 16. 13:38
 본 포스팅에 사용된 썸머워즈의 스크린샷은 모두 네이버 영화 썸머워즈 페이지에서 퍼왔음을 밝힙니다.

 또한 네타(미리 니름)성이 있는 포스팅이므로 관람 예정이 있으신분들은 보지 말아 주세요.



 한국에서 썸머워즈를 일본과 2주 차를 두고 개봉한다는 소리를 들었을때 1초만에 뇌리를 스쳐간 생각은

 "어머, 이건 봐야해"

였기에, 수능이 100일조차 남지 않은 고3이지만 보고 왔어요.
 

표가 남들이랑 바뀌어서 학생으로 끊고 성인표가 생긴건 안자랑



 들어간 영화관 안은 예매 수수료가 아까울 정도로 사람이 적더군요. 100석 규모에 한 15명 들어 갔으려나, 개인적으로는 안양 CGV에서 혼자 괴물 봤을때 빼고는 그렇게 사람 적은거 처음 봤어요. 애니메이션이라 이 시간대에 적은건지, 아니면 그냥 인기가 없는건지는 잘 모르겠군요.

ⓒ 2009 SUMMERWARS FILM PARTNERS



 대충 스토리를 이야기 하자면 학교 선배 나츠키(위 이미지)의 애인 대리 알바를 하던 수학올림피아드 국가 대표가 될 뻔한 겐지군이 전 세계 규모의 엄청난 일을 처리해서 지구를 평화에 이끈다... 뭐 이런 스토리에요. 비약이 너무 심한가요.

 뭐 어쨌거다 썸머워즈를 통해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시간의 특수성, 상황의 특수성을 이용하여 관객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예전에 개봉되었던 '시간을 달리는 소녀'도 시간을 돌린다는 특수한 상황을 가정하고 메세지를 전달했었는데, 썸머워즈의 경우 현실과 연동된 "OZ"라는 가상 현실 공간이라는 특수성을 이용해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내요.

 썸머워즈를 본 다른분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족애, 아날로그와 디지털, 디지몬이라는 세 분류로 나눠지더군요. 하지만 모두들 몇가지 놓치고 있는 점들이 있더군요.

 먼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이야기 하고자 했던건 아날로그와 디지털감성 이야기가 전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따라가지 못하는 인류의 윤리 의식과, 윤리 의식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유비쿼터스 환경 구축이 어떤 결과일지 생각 해 보자는 메세지로 이해 했어요.

 사실 윤리 문제라는건 중고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실려 있을 정도로 다들 인식하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 현상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아무도 하지 않고 있지만, 기술은 단가만 맞으면 바로 상용화 되어 우리 생활속에 깊숙히 뿌리 박고 있다는 점이죠.

 애니 속 OZ의 세계의 계정은 실제 인간과 동일한 권한을 갖습니다. 권한만 있다면야 군대를 움직이거나, 핵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이런 일도 충분히 가능하죠.
 
 실제 썸머워즈 내에서도 지구가 멸망 할 뻔한 스토리가 나오지요. 해킹의 주체가 사람이 아닌 A.I라는 점이 다르지만, 오히려 이념과 이권에 대한 이해관계가 없는 A.I가 사회를 마비시키고, 인류를 파멸의 ㄹ까지 모는 마당에, 이념과 이해관계가 꼬여있는 어느 사람이 작정하고 이런 행동을 하면 실제 어떻게 될지는 예측 가능 범위를 넘어 설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감성이라는 말이 나온 김에 조금 이야기 해 보자면, 나츠키네 할머님이 각 분야 유력인사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하는 모습을 통해 아날로그적 감성으로의 회귀를 바란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포인트는 전화가 아니라 격려라는 점 같아요.
 사실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전화도 문명의 이기중 하나로 볼 수 있죠. 하지만 90살 넘은 할머니라는 설정이 직접 찾아다니면서 얼굴을 맞대고 격려하고 이야기 한다는 장면이 나올 수 없게 하지요.
 만약에 할머니가 아니라 좀 젊은 사람이었다면, 아마 직접 차타고, 뛰고 하면서 일일히 만나고 다녔을지도 모르겠네요.

ⓒ 2009 SUMMERWARS FILM PARTNERS



 하지만 그런 신체적 한계를 할머니는 전화라는 문명의 이기를 통해 이겨내지요. 이런 장면과 후반부 나츠키의 가족들과 전세계 OZ의 유저들이 나츠키에게 힘을 실어주는 장면을 종합 해 보면 아날로그 감성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아날로그던 디지털이던 방법이 중요한게 아니라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그 커뮤니케이션을 계속 유지하고, 넓히는게 중요하다는 메세지로 이해 했어요. 이건 기존부터 있던 히키코모리에 대한 비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메세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하도록 하고, 작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굉장히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어요. 비록 최근 TVA 방송 작화와는 다른 작화입니다만 (요새 도쿄 매그니튜드 8.0 이외에는 이런 작화가 없지요) 작품의 분위기와도 잘 맞아 떨어지고, 약 두시간동의 러닝타임동안 그림때문에 못보겠다 는 소리는 나오지 않을 정도로 작붕도 없었어요.

 다만 아쉬운건 연출인데, 나츠키가 고스톱을 치는 장면은 볼 당시도 그렇고 몇번을 곱씹어 봐도 사키의 분홍머리 그분연출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운영자의 럭키 아이템이라지만....

 거기에 마지막 GPS가 추락하는 장면에서 말들은 아무데나 떨어져도 일본정도는 우습게 날릴 정도라는 듯이 생색내더니, 결국 숲 하나랑 집 몇채 날려먹고 끝냈더군요. 거기에 온ㅋ천ㅋ대ㅋ박ㅋ치는거 보니 어휴...

 거기에, 조연 아닐까 싶을정도로 진짜 출연빈도 적은 여주인공, 마지막을 전형적인 해피엔딩으로 만드는데에는 엄청난 공헌을 했지만... 여주인공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해 냈는지는 의문이에요. 오히려 카즈키가 여자였다면 여주인공 취급 받았을 것 같네요.

  이래저래 따져보면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볼거리도 있는 애니메이션이었어요. 하지만 초등학생정도의 자녀를 두신 가족이 단체로 관람하겠다... 하면 좀 말리고 싶습니다. 비록 중간중간에 끼어 있는 소소한 개그를 이해하고 웃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영화의 내면에 숨어있는 대사와 그림 하나하나의 의미를 찾아내기에는 이 애니메이션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해요.

'Otaku'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키보드 개조  (0) 2009.07.15
Posted by 아스쿨